Learning Man

글쓰기는 환경빨이다

August 02, 2020

EDDY

지난 2주간 ‘집중 주간’을 보냈다. 약속을 하나도 안 잡았다. 매일 글쓰기도 멈췄다. 운동도 줄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오직 글만 쓰다가 집에 왔다.

대신 분량 목표를 빡세게 잡았다. 기사 하나 쓰는데 원래 사흘 정도 걸린다. 집중 기간엔 하루 1개를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썼다.

굳이 사서 고생을 한 이유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 무협지에 나오는 폐관 수련 같은 거랄까. (하지만 이건 오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7월 13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하나씩 기사를 썼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해냈다. 평소보다 3배 높은 생산량으로 글을 써낸 것이다.

이번 집중 주간을 한번 돌아보면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 글쓰기에선 ‘환경’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

글쓰기의 절반은 환경 설정이다.

글쓰기는 깊은 몰입을 요구하는 지적인 작업이다. 물론 모든 글이 그런 건 아니다. 녹취록 받아쓰기나, 약속 잡는 이메일 쓰기는 얕은 집중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사유가 담긴 글이고, 여기에는 반드시 깊은 몰입이 필요하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는다. 얕은 집중력으로 3시간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몰입해서 1시간 쓰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시간의 양뿐 아니라 질이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몰입도는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글을 쓰고 있는데 카카오톡이 10분에 한 번씩 울린다고 해보자. ‘톡을 확인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데? ”나는 계속 그 정도로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집중도에는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많은 심리학 연구가 증명한다. 주의력(Attention)은 쉽게 고갈되는 자원이다. 빠르게 다른 업무로 옮겨가지도 않는다.

다이어트할 때 환경이 중요한 거랑 똑같다. 의지력으로만 덜 먹으려고 하면 쉽게 실패한다. 아예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운다든가, 밥그릇 크기를 줄인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

다시 집중 주간 얘기로 돌아가 보자. 내가 2주간 3배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2주간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인 시간도 더 들어갔다. 그러나 많아 봐야 평소의 1.3배 수준이었다.

몰입 환경 설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게 절반 이상 기여했다고 본다. 글을 다 뽑아내고 나서야 새삼 환경 설정의 위력을 깨달았다. ‘게임은 장비빨’이란 말이 있듯이, ‘글쓰기는 환경빨’이란 말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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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환경

그렇다면 글쓰기 좋은 환경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말하는 방법은 이런 거다.

  • 덩어리 시간 확보하기
  • 앱/웹 서비스 접근 차단하기
  • 소음 차단하기
  • 멀티태스킹 하지 않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법하다. 그러나 방법은 개인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참고삼아 말하면 내가 주로 쓰는 환경 설정법은 이런 것들이 있다.

  • 휴대폰 설정에서 배너, 배지, 푸시 알림을 모두 끈다.
  • 카톡, 페북, 유튜브, 인스타에는 스크린 타임 제한을 걸어둔다. (아이폰)
  • 귀마개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 ‘Cold blocker’라는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쓴다.
  • 브라우저에서 글을 쓸 때는 북마크, 탭, 주소창이 보이지 않게 가린다.
  • 오전 시간에는 일정을 절대 잡지 않는다.
  • 글 쓸 때는 사무실에 누가 들어와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분들은 이해해준다)

누구한테나 맞는 방법은 아닐 거다. 내가 경험을 통해서 시도해보고 효과가 좋았던 것들이다.

중요한 점은 이거다. 당신도 당신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그렇구나’ 아는 것과 적극적으로 환경을 관리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은 스마트폰 설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강하다. 몰입 환경 설정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딥 워크> 라는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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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야 해요

그렇다. 글쓰기의 진리이자, ‘살 빼려면 적게 먹으면 된다’와 같은 말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많이 쓰지?‘다.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해볼까?

글쓰기의 양 = 쓴 시간 X 집중 강도

집중 강도 = 본인의 집중력 X 환경 설정

풀어서 설명해보자.

많이 쓰려면 높은 집중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집중 강도는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환경 설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글쟁이에게는 뻔한 소리지만, 많이 써본 사람이 아니라면 간과하는 부분일 수 있다.

‘나는 글을 왜 끝까지 못 쓰지? 글 쓰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라고 생각한 적 있는가? 그렇다면 환경 설정을 고민해보자.

몰입은 당신의 무기다

집중력은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우린 수없이 터지는 푸시 알림, 이메일, 카톡, 슬랙의 세계에 살고 있다. 멍하니 빠져보게 되는 유튜브와 인스타, 페북 속에서 살아간다. 점점 더 우리의 주의력은 파편화된다. 진득하니 앉아 무언가를 하는 집중력은 점점 약해진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를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거다.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과, 잃어가는 사람의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몰입은 당신의 무기다.

스타트업, VC, 창업, 기자, PD를 거쳐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매일 씁니다. 더 자라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러닝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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