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Man

백날 자기계발 콘텐츠를 봐도 바뀌지 않는 이유

March 02, 2020

EDDY

왜 행동하지 않을까?

당신은 러닝맨을 읽고 있다. 배움과 성장에 관심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많은 자기계발 책, 블로그, 유튜브를 봐왔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내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 등등.

솔직히 말해, 그런 콘텐츠를 읽어도 인생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 콘텐츠가 나쁜 게 아니다. 좋은 콘텐츠는 많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진짜로 인생이 바뀐 사람은 1%도 안 될 거다. 확신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많은 콘텐츠가 시장에서 팔릴 리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도 그 99%에 속한다.

왜일까? 뭐, 답은 간단하다.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 하는 7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클릭한다. 7가지 방법이 뭐지? 하고 본다. 다 읽는다. 이해한다. 좋은 방법이네. 그리고 나선 다른 글을 클릭한다. ‘내 연봉을 억대로 만들 5권의 책’ 읽는다. 추천된 책을 산다. 안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자기계발서 혐오자도 생긴다. “나는 자기계발서가 싫어. 맨날 똑같은 얘기뿐이잖아.” 라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실천을 하지 않는 걸까? 머리로는 이해하고 나서도, 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걸까?

최근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얼마전 내 경험 때문이었다.

나는 왜 안 했을까

작년에 나는 ‘돈 버는 법’에 관심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일이 조금 구체화되었다. 월급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돈 버는 법을 알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어서, 시간을 사고 싶었다.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에게 자유를 보장해줄 자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컨텐츠를 많이 찾아봤다. 책도 읽었고, 독서모임도 가봤다. 머구모 독서모임도 그런 이유에서 갔다. 머구모에선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고방식이란 이런 거구나’ 느꼈다.

어느날 머니맨을 운영하는 상철님이 물었다. ‘여기서 제가 여태까지 알려준 것 한 사람?’

그때 살짝 충격을 받았다. 내가 분명히 전 시간에 들은 것들이 있었다. 달러표시 계좌를 만들어두라는 간단한 것부터, 고용을 해보라다든지, 페이스북 광고를 한번이라도 태워보라든지. 근데 아무것도 안했다.

‘어? 나 아무것도 안 했네? 그럼 나는 왜 이걸 듣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변명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분명히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 때 이후 계속 머릿속에 질문이 남았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왜 나는 실천에 옮기지 않았을까’

이연복

나는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내(안의 나)가 처음 내놓은 답은 ‘시간이 없어서’였다. 정말? 정말 시간이 없었나? 그러자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솔직하게 귀찮았다고 대답했다. 귀찮았다고? 경제적 자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잖아.

그렇게 파고 파고 들어갔다. 퍼뜩 깨달음이 왔다.

나는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돈을 버는 것에 그렇게 가치를 두지 않고 있었다. 돈을 버는 것에 따라오는 수많은 귀찮음, 괴로움을 감내할 정도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절실함이 나에겐 없었다. 솔직히 나는 돈이 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급한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도 적당히 살만 했다.

돈 벌고 싶어? 하면 당연히 ‘응’ 하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행동을 만들어내기엔 너무 피상적인 생각이었다.

돈을 왜 벌어야 하는가? 돈을 버는 게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가? 나는 돈 버는 일을 즐기는가? 지금 내 인생의 문제를 푸는 방법이 돈인가?

이런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질문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행동에 옮기지 않는지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착각하지 말자. 나는 나를 모른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돈 버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충격을 받은게 아니다.

진짜 놀랐던 건. 내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던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말로 무엇에, 왜 가치를 두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 이유. 나의 인생을 평가하는 진짜 잣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이것을 통틀어서 ‘가치관’이라고 부르자. (적절한 표현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내 가치관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에, 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음만 힘들었다. 나는 원래 못하는 인간인가. 내 환경이 잘못된 건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머릿속에 있었던 거다.

마음 속 블라인드 스팟

요약해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자꾸 원한다. 그래서 실천하지 않는다. 늘 방법론만 찾아본다.

웃기지만 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속이기 쉬운 건 나 자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실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아주 단순한 감정도 잘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게는 감정의 ‘블라인드 스팟’이 있다.

블라인드 스팟에 가려 마음속 가치관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우리는 자기 모순을 일으키게 된다.

다이어트 영상은 맨날 보면서, 식단 관리는 하지 않는다. 나는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가 될 거라고 외치고, 쿠팡이 어쩌니 떠들고, 온갖 스타트업 뉴스를 섭렵하면서, 막상 사업에 필요한 일은 개뿔도 하지 않는다.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맨날 돈 버는 법에 대한 책만 읽는다. 그게 바로 나였다.

가치관은 행동을 결정한다

마음 속 가치관은 내 정체성과 행동을 결정한다. 가치관은 우리가 맞닥뜨릴 문제, 우리가 쓰는 시간과 돈, 우리가 보는 세계를 규정한다. 그렇지만 평소에 잘 느끼진 못한다. 안경처럼. 어딘가로 달려가기 전에, 내가 어떤 안경을 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방법론은 그 다음이다.

수많은 컨텐츠, 명사의 강의, 책… 소용없다. 왜냐하면 내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테니까. 마음속에 그 일을 해야한다는 절실함이 없으면, 마치 기어를 중립에 놓고 액셀을 밟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연복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상철님이 이런 말을 했다.

돈을 벌고 싶으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게 뭔 줄 아세요? 돈 벌 ‘결심’을 하는 거에요. 대부분 돈 벌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맨날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죠. 실제로 돈 벌 마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백날 책 읽어도 안 바뀌는 겁니다.

먼저 스스로와 이야기해보자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자라는 법’을 배우기 전에 중요한 선결 조건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가치관에 대한 깊은 수준의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물론 깊은 수준의 알아차림은 어렵다. 평소에 자주 생각해보지도 않는 분야다. ‘왜?‘라고 나에게 계속 묻는 순간,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번에 답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야 잠깐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곧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내 자신의 코어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가야 한다.

자기 인식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내가 해본 방법은 글쓰기다. 몇 가지 질문을 놓고 글을 써보는 걸 추천한다. 여유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놓자. 누구한테 보여주지도 말자. 그리고 솔직하게 쓰자. 이런 말을 하면 내가 이상해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

좋은 질문은 이런 것들이 있다.

  •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성공/실패를 규정하는가?
  • 내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은 무엇일까?
  •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 내가 시간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것 말고도 아마 온라인에 찾아보면 많이 있을 거다. 귀찮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내 가치관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에 대해 가치있게 생각하지 않는 거다. 물론 그래도 괜찮다. 인생의 기어는 자신이 넣는 거니까. 다만 기어가 파킹에 있진 않은지, 확인은 꼭 해보자.


글쓴이: 범근

스타트업, VC, 창업, 기자, PD를 거쳐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매일 씁니다. 더 자라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러닝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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