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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시리즈 1편 - 원유란 무엇인가

June 17, 2020

KAY

마이너스 유가

지난 4월 20일 미국의 벤치마크 원유인 WTI(West Texas Intermediate)가 -37.63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가격을 기록했다. 원유를 사면 오히려 돈을 주는 이 괴랄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원유 저장고 Capacity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났는데, COVID-19로 촉발된 심각한 원유 Demand 붕괴OPEC과 미국 및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진 원유 전쟁으로 인한 Supply 과잉 현상도 이와 같은 이상한 현상에 한 몫을 더했다.

게다가 현재의 원유 선물 시장은 주객전도가 되어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원유 및 원유제품(Oil Products - 휘발유/등유/경유 등) 선물 시장은 현물의 변동위험 헤지를 위해 1980년대에 출범하였다. 선물 시장 등장 이전, 원유 현물 시장에서 가격의 결정원리는 매우 간단했다. Fundamental로 칭해지는 원유의 수급요인(날씨, 경제 동향, 원유 재고 수준 및 OPEC의 산유량 등)과 시장에서 구매/판매를 하는 주체들의 수요 및 공급으로 원유의 가격이 정해졌었다.

하지만 선물 시장 등장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지나면서 원유 선물은 금융적 성격이 아주 강해졌다. 이러한 원유 선물의 속성으로 인해 투기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원유 선물의 금융화는 심화되어 선물 시장의 변동성이 현물 시장까지 교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인류는 하루에 1억 배럴(약 160리터)정도의 원유를 소모한다. 하지만 뉴욕상품거래소, NYMEX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의 거래량만 해도 하루 10억 배럴이 넘는다. 뉴욕에서만 인류 전체 필요량의 10배를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원유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도 널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구조적 시장 상태가 최근의 마이너스 유가를 가능하게 했다. 지난 4월 20일에 원유 선물을 가지고 있던 트레이더들은 5월물 만기일인 4월 21일에도 선물을 가지고 있으면 집으로 원유를 배송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수요 폭락과 공급 과잉으로 현물을 보관할 저장고의 비용이 치솟으면서, 돈을 주고서라도 원유 선물 계약을 파는게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선물을 시장에 마구 던져대며 마이너스 유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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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그것이 알고 싶다.

원유는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많은 비중(34%)을 차지하는 자원이다. 원유 떄문에 한 나라의 경제가 요동치는 은 흔한 편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원유 채굴을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국영기업이다. 물론 현재 전기차와 전기에너지의 대두로 과거의 영광이 위태롭기는 하나, 산업의 피이자 군사적 전략 자원인 원유는 인류에게 가장 핵심적인 천연자원이다.

지구에 묻혀있는 액체 탄화수소인 원유는 채굴 후 끓여서 휘발유, 납사, 경유, 등유, 선박유, 아스팔트 등(=원유 제품)을 만든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동수단은 원유 제품을 사용하는 엔진을 쓰고, 납사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든다. (참조: 위키, 나무위키, 대한석유협회)

원유는 전 세계에 매장되어있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되는 원유가 필요하다. 그 원유를 벤치마크 원유라고 하는데 벤치마크 원유에는 총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 Brent(영국 북해), WTI(미국 서부 텍사스), Dubai(중동)가 바로 그것이다. 대륙별로 보자. 유럽/아프리카에서 나는 원유는 Brent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반면 아시아/오세아니아의 원유는 Dubai로 평가한다. 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의 원유는 WTI로 그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원유와 성장

이런 거시적인 시장의 상황은 나의 성장과 어떻게 연결될까? 5년이 안되는 내 짧은 커리어의 대부분은 IT산업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다만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나는 현재 에너지 산업에 소속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늦깎이 중고 신입으로 허겁지겁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다. 요즘 회사에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며 느끼는 점은 ‘나는 정말 바보다’라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식이 너무 하잘 것 없어서 놀라울 지경이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세상이 너무 넓다’, ‘몰랐다’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일을 해야하며, 이는 곧 내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러닝맨으로서 배움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너무 모르니까 회사 생활 하루 하루 부끄러움과 겸손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의 시리즈를 통해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정리할 요량이다.

이는 나의 올해 최대 목표인 회사 적응에 대한 중간 점검이면서도, 얉은 지식의 공유를 통해 뿌듯함을 느낄 나를 더욱 독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을 시리즈로 쓰며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것 뿐만아니라 공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도 최대한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스타트업과 컨설팅, 정유사를 거쳐 현재 Web3 스타트업을 창업했습니다. IT 산업, 에너지 산업, 블록체인 및 기술 기반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꿈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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